일본 여행을 앞두고 "그냥 가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처음 해외여행을 나갔을 때, 미국 식당에서 아무 자리나 앉았다가 직원에게 제지를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일본도 비슷한 암묵적 룰이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출발 전에 미리 알아두면 당황하는 일 없이 훨씬 편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식당 에티켓, 들어가자마자 앉으면 안 됩니다
일본 식당에서 가장 먼저 당황하는 순간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입니다. 한국에서는 자리가 보이면 그냥 앉는 게 자연스럽지만, 일본에서는 직원이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 입구에서 기다리는 것이 기본 에티켓입니다. 빈자리가 눈에 보여도, 심지어 손님이 아무도 없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일본 특유의 사회 문화 코드인 메이와쿠(迷惑)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여기서 메이와쿠란 '타인에게 폐나 불편을 끼치는 행위'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일본 사회 전반에 걸쳐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 기준이 되는 핵심 가치관입니다. 자리 배치는 직원이 관리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무단으로 앉는 행위 자체가 이 메이와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직원이 다가오면 몇 명인지 손가락으로 표시하면 됩니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니혼고 와카리마셍(日本語わかりません)"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직원이 손짓이나 영어로 안내해 줍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관광지 주변 식당일수록 이런 상황에 익숙한 편이었습니다.
일본 교통 에티켓도 알아두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전철 안에서 통화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에 가깝습니다. 한국 지하철에서는 통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리지만, 일본에서는 전철 안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메이와쿠 문화가 그만큼 깊이 자리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어르신 공경 차원에서 절대 앉지 않는 노약자석을, 일본에서는 비어 있으면 누구든 앉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문화 차이입니다.
일본 식당 이용 시 기억해야 할 핵심 에티켓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입장 후 직원이 안내할 때까지 입구에서 기다릴 것
- 인원수는 손가락으로 표시하면 충분
- 전철 안 통화는 가급적 자제할 것
- 노약자석은 비어 있으면 앉아도 되지만,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즉시 양보
화폐 문화, 동전 지갑 하나가 여행을 바꿉니다
일본에서 쇼핑을 많이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이 바로 소비세 별도 표기 방식입니다. 일본에서는 상품 가격표에 세전 가격(税抜き価格, 제세금 제외 가격)을 크게 표시하고, 소비세 10%가 적용된 실제 결제 금액은 괄호 안에 작게 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세전 가격이란 소비세가 포함되기 전의 기본 상품 가격으로, 실제로 내야 할 금액과 다릅니다. 110엔이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121엔을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처음에는 이 부분에서 계산이 맞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 하나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이 동전 지갑입니다. 일본은 지폐 단위가 1,000엔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폐는 1,000엔, 5,000엔, 10,000엔 세 종류이고, 그 아래는 모두 동전으로 처리됩니다. 500엔, 100엔, 50엔, 10엔, 5엔, 1엔까지 총 6종류의 동전이 존재합니다. 쇼핑을 조금만 해도 지갑 안에 동전이 순식간에 쌓이는 구조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500엔짜리 동전이라면 우리나라 환율 기준으로 약 4,5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그걸 동전으로 처리한다는 게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동전 계산을 천천히 해도 뒷사람이 기다려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습니다. 한국처럼 빨리빨리 문화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동전 하나하나 꺼내서 정확히 계산하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현금 선호 문화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일본은행(日本銀行)의 결제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현금 결제 비중은 여전히 주요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일본은행). 카드 결제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소규모 식당이나 전통 시장에서는 현금만 받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 가게가 있어서 저도 한 번 당황했던 경험이 있는데, 일본은 그 반대 방향으로 준비가 필요한 나라입니다.
택시 탑승, 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 순간 민망해집니다
일본 택시에는 한국과 완전히 다른 탑승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자동문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자동문 시스템이란, 승객이 직접 문을 열지 않아도 운전기사가 원격으로 문을 개폐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일본 택시의 거의 대부분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미리 알지 못하면 반드시 한 번은 실수하게 됩니다. 손이 자동으로 문으로 향하기 때문입니다. 문이 열리기 전에 손잡이를 잡거나 억지로 당기면 오히려 고장을 낼 수 있고, 현지에서 꽤 민망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택시가 멈추면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문은 알아서 열립니다.
일본 택시 요금은 초단거리에도 꽤 부담스럽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国土交通省) 자료에 따르면, 도쿄 기준 택시 기본요금은 약 500엔 전후로 책정되어 있으며, 심야 할증(深夜割增) 적용 시 추가 요금이 붙습니다(출처: 일본 국토교통성). 여기서 심야 할증이란 자정부터 새벽 5시 사이에 택시를 이용할 경우 기본 요금에 일정 비율이 추가되는 제도입니다. 관광 중 늦은 시간에 이동할 계획이 있다면 요금 계획을 넉넉히 잡아두는 게 좋습니다.
또한, 도쿄 시내에서는 이자카야 앞에서 손님을 유도하는 호객 행위, 이른바 '삐끼'를 마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들의 권유를 따라 들어간 가게에서 예상치 못한 요금이 나왔다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전에 검색을 통해 가게를 정해두고 이동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가게 영업 종료 시간도 한국보다 이르기 때문에, 방문 전 영업시간 확인은 필수입니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며 이것저것 공부하다 보니, 가깝다고 쉽게 봤던 나라가 실은 꽤 다른 규칙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식당에서 기다리는 법, 동전을 다루는 법, 택시 문을 열지 않는 법. 작은 것 같지만 이걸 모르면 현지에서 분명 한 번쯤 당황하는 순간이 옵니다. 출발 전에 동전 지갑 하나 챙겨두고, 이 글에서 정리한 에티켓 몇 가지만 머릿속에 넣어두면 훨씬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