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여행을 한 번만 다녀오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워싱턴, 오리건까지 다녀왔고, 지금도 아직 못 가본 곳이 더 많습니다. 미국 서부는 한 달을 통째로 써도 다 보기 어렵다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LA, 서부 여행의 시작점이자 그 자체로 목적지
미국 서부 여행에서 LA를 그냥 경유지로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게 가장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직접 가보고 나서야 LA가 왜 서부 여행의 넘버원 코스인지 이해했습니다.
LA가 있는 캘리포니아 남부는 아열대성 기후(subtropical climate)에 속합니다. 아열대성 기후란 연중 기온이 온화하고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게 나뉘는 기후대를 말하는데, LA 쪽은 특히 강수량이 극히 적은 사막 기후(desert climate)의 특성까지 겹쳐 있어서 1년 중 300일 이상 맑은 날이 이어집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한여름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할 정도였는데, 이 건조하고 맑은 날씨가 야외 관광을 하기에 정말 최적의 조건입니다. 워싱턴주 시애틀의 경우 연간 강수일수가 150일을 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환경입니다.
LA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할리우드 거리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였습니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Hollywood Walk of Fame)는 유명 배우들의 핸드프린팅이 바닥에 박혀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배우를 찾아 걸어 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입장권이 만만치 않게 비싸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면 영화 속 세계를 몸으로 체험하는 어트랙션들이 많아서 하루를 꽉 채울 수 있습니다.
서부 여행 중 LA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특히 할리우드나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만나는 퍼포머(performer), 즉 영화 캐릭터로 분장하고 관광객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시에서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밥벌이를 하는 분들이라, 함께 사진을 찍으면 팁을 요구합니다. 멀리서 찍어도 자기를 찍었다며 와서 돈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저도 조심했는데, 실제로 어깨동무 사진 정도면 1~2달러 팁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잔돈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LA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는 미국 최대 규모의 한인 커뮤니티인 코리아타운(Koreatown)입니다. 이곳에서는 영어 없이도 불편함 없이 식사하고 쇼핑할 수 있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LA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음식 선택지도 굉장히 넓습니다.
그랜드 캐니언부터 앤텔로프까지, 국립공원이 주는 압도감
LA를 벗어나면 미국 서부의 진짜 얼굴이 드러납니다. 저는 국립공원(National Park)을 처음 갔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진으로 수없이 봤는데도 실제로 서 있으면 규모 자체가 다릅니다.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은 콜로라도강의 급류가 수억 년에 걸쳐 암반을 깎아 만든 대협곡입니다. 협곡의 깊이가 최대 1,600m에 달하는데, 여기서 1,600m란 서울 남산(265m)을 여섯 개쯤 쌓아 올린 높이와 비슷한 수직 거리입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전망대 앞에 서는 순간 바로 납득됩니다. 저는 그 아래가 한때 평지였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지질학적 시간 규모(geological time scale)가 얼마나 거대한지 실감했습니다.
앤텔로프 캐니언(Antelope Canyon)은 그랜드 캐니언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충격을 줍니다. 인디언 소녀가 우연히 입구를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곳인데, 좁은 사암(sandstone) 협곡 사이로 걸어 들어가면 위에서 햇빛이 쏟아지면서 벽면에 환상적인 음영이 만들어집니다. 사암이란 모래 입자가 오랜 시간 압축되어 굳은 퇴적암의 일종으로, 이 물렁한 성질 덕분에 물과 바람에 의해 곡선형의 독특한 지형이 생깁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은 1890년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으로, 해발 609m에서 3,962m까지 다양한 고도에 걸쳐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제 경험상 이 공원은 짧은 일정으로 가더라도 1~2시간 트레킹(trekking)을 꼭 해보는 것이 맞습니다. 트레킹이란 등산보다 완만한 경로를 따라 자연을 걸으며 탐방하는 활동을 말하는데, 요세미티에서는 편한 운동화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코스가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캘리포니아의 건조한 자연과 달리, 숲이 울창하고 동물들이 가까이 지나다니는 요세미티의 풍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서부 여행 중 눈여겨볼 핵심 자연 관광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그랜드 캐니언: 깊이 1,600m의 대협곡, 세계 7대 불가사의
- 앤텔로프 캐니언: 사암 협곡 내부를 걸어서 탐방하는 체험형 명소
- 요세미티 국립공원: 1890년 지정, 다양한 고도와 야생동물
- 자이언 캐니언 / 브라이스 캐니언: 붉은 암반이 특징인 유타주 협곡
- 호스슈 밴드(Horseshoe Bend): 말굽 모양 곡류(meander)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지
여행사 패키지, 가격과 일정을 어떻게 비교할까
미국 서부 여행을 패키지로 가려는 분들이라면 여행사 선택이 꽤 중요합니다. 가격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나기도 하고, 포함 내용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 여행과 패키지를 모두 경험해봤는데, 서부처럼 이동 거리가 긴 곳은 패키지의 편의성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주요 여행사들의 미국 서부 10일 상품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모두투어 (에어프레미아 이용): 349만 9,000원, 8박 10일, 노쇼핑
- 모두투어 (아시아나 이용, 선발권 특가): 299만 9,000원, 7박 11일, 노쇼핑
- 롯데관광 (대한항공 이용): 484만 원, 쇼핑 1회 포함
- 한진관광 (아시아나 이용): 346만 2,000원, 4인 이상 유람선 포함
- 하나투어 (대한항공 이용): 599만 9,000원, 8박 11일, 32인승 VIP 리무진 버스, 노쇼핑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항공사와 가격의 관계입니다. 에어프레미아는 저비용 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이지만, 미국 같은 장거리 노선에서는 대형 기종을 운항하고 수하물 23kg을 동일하게 허용합니다. 저비용 항공사라고 해서 서비스가 크게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 장거리 노선에서는 가격 대비 경험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하나투어 상품은 인아웃(in-out) 공항이 다릅니다. 인아웃이란 출발할 때의 공항과 귀국할 때 이용하는 공항이 다른 여정 방식을 말하는데, 이렇게 하면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이동이 효율적입니다. 대신 가격이 거의 600만 원에 달하기 때문에 고품격 여행을 원하는 분들께 맞는 선택지입니다. 기사 가이드 팁이 포함되어 있어 현지에서 별도로 계산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여행 시 여행자 보험 가입이 필수라는 점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미국은 의료비가 매우 높은 나라로, 간단한 응급실 방문만으로도 수백만 원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상품별로 최대 1억 원에서 3억 원까지 보장되는 여행자 보험이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미국 서부는 한 번의 여행으로 다 정복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 주를 다녀왔지만 지금도 가보고 싶은 곳이 계속 생깁니다. 처음 방문이라면 LA,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3대 도시와 그랜드 캐니언, 앤텔로프 캐니언을 중심으로 일정을 잡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예산과 여행 스타일에 따라 여행사 상품을 꼼꼼히 비교해보고, 노쇼핑 조건인지 항공사가 어디인지를 기준으로 좁혀 나가시면 좋겠습니다.